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아버지의 소똥 묻은 장화를 손으로 빗물에 씻으며!

sinsa69 2013. 1. 31. 12:06

오늘 밭에 아침부터

거름을 옮길거라고

 마을 어귀의 한 분께 트럭당 얼마주고

 소똥 한 트럭 장만했습니다.

 

형과 나 아버님과 함께

손에 삽 자루 하나씩 들고

소똥보다 더 굵은 비짓땀을

한 여름 땡볕살아래 쏟아 부었읍니다.

 

소똥이 밭에 철퍼득 철퍼득

님들은 아십니까?

소똥은 사람똥 보다는 구수하답니다.

맛은 쇠똥구리만 알겠지만 냄새는 진짜 구수합니다.

 

어느덧 낮에 집에서 꾸려온 참을 먹고

막걸리 한 사발씩 아버님과 벗하며

고개돌려 한 잔 걸쭉하게 들이키면

 그 시원함 아십니까? 열 위스키 안 부러운 이 맛을!

 

앗! 갑자기 빗방울 소리에

우리 삼부자 밭에 소똥을 부랴부랴 뿌립니다.

어느덧 일이 끝나고

우리들의 장화 밑에 구수한 소똥이 가득합니다.

 

때 마침 내리는 소낙빗자락에

아버님 소똥 묻은 장화를 벗겨 드리고

손으로 장화 밑의 소똥을 애기똥인양 씻어 드리면

그 행복 여러분은 아십니까? 밭에 소똥이 있어 우리는 행복합니다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