오늘 밭에 아침부터
거름을 옮길거라고
마을 어귀의 한 분께 트럭당 얼마주고
소똥 한 트럭 장만했습니다.
형과 나 아버님과 함께
손에 삽 자루 하나씩 들고
소똥보다 더 굵은 비짓땀을
한 여름 땡볕살아래 쏟아 부었읍니다.
소똥이 밭에 철퍼득 철퍼득
님들은 아십니까?
소똥은 사람똥 보다는 구수하답니다.
맛은 쇠똥구리만 알겠지만 냄새는 진짜 구수합니다.
어느덧 낮에 집에서 꾸려온 참을 먹고
막걸리 한 사발씩 아버님과 벗하며
고개돌려 한 잔 걸쭉하게 들이키면
그 시원함 아십니까? 열 위스키 안 부러운 이 맛을!
앗! 갑자기 빗방울 소리에
우리 삼부자 밭에 소똥을 부랴부랴 뿌립니다.
어느덧 일이 끝나고
우리들의 장화 밑에 구수한 소똥이 가득합니다.
때 마침 내리는 소낙빗자락에
아버님 소똥 묻은 장화를 벗겨 드리고
손으로 장화 밑의 소똥을 애기똥인양 씻어 드리면
그 행복 여러분은 아십니까? 밭에 소똥이 있어 우리는 행복합니다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