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시골 영감님과 소와의 대화록!

sinsa69 2013. 3. 20. 10:38

등장 캐릭터:

시골 할아버지 한 분

그 외 등장하는 소이름: 한우람

 

우람아 오늘은 논 띠지러 가자.

흙을 갈아 엎어야 쬐께 있으마

 

논에 물 대고

모를 심으까네 오늘 우람이 니캉 나캉

 

맴 단디 묵꼬,

땀 빠짝 한 번 흘려 보자이! 어이!

 

워메에에ㅔㅔ!

할베요! 카머 여물통에 여물이나 마이 바(많이 부어) 주시소!

 

이래저래 아침을 먹고는

드디어 할베캉 우람이캉 논 짜락에 도착하고

 

할베는 우람이 코에 코뚜레 단디 끼우고,

등 뒤로 쟁기 바짝 매신다.

 

자!출발

엄메에ㅔ....

한 참을 가니 할베도 디고 나도 디다!

 

할베요 슀따 합시더라는 듯

워매 워매 ㅐㅐㅐ 라꼬 하디 풰뤠뤠 한 바탕 긴 연기같은 콧김 뿜어낸다.

 

갈아도 갈아도

밑또 끝또 없이 여겨지던 그 넓은 평수의 논 짜락이

 

어느 덧 해 기울어질 무렵에 다 띠져지디

근근이 우람이캉 할베캉 용케도 끝낸다.

 

이는 우리 할베와 우람이의 환상적인

콤비(콤비네이션 플레이)가 맞아 떨어진 때문인 듯.....!

 

할베코에도 우람이코에도

닭구똥 같은 땀 빵울이 딛껴진 논흙 사이로 소나기 오듯 떨어지니

 

할베도 우람이 등더리 쓰다듬어며

욕 밨떼이! 마야! 욕 밨데이! 할베요 아이시더! 할베요! 할베가 욕 밨심데이!

 

오이야!오야!

기특한 놈!

 

우람이 니가 어떨 때는

내 배로 놓은 자슥들보다  백 번도 더 기특하데이!

 

그라시디

잠시 생각에 잠기시는 듯

 

자슥놈들 논밭 다 등 뒤로 하고 서울로 가디

이놈아들 우람이처럼 삼 세끼 끼니나 제대로 챙겨 먹는지

 

저 산등성이 끝자락에

뉘엿뉘엿

 

기울어가는 석양빛 사이로,논애 골 보다도 더 깊게 패여진

할베 이마주름 사이로 남 모를 자식 새끼들 걱정을 새기며

 

논뚝 한 자락에 걸터 앉으시어

긴 꼼빵대 입에 넣고 봉초 담배 성냥불 쭈욱 땡기시며 희디 흰 긴 담배 연길

 

자식 근심들보다 더 길게 땡기시며

푸후우! 하시며  밑도 끝도 없는 근심자락을 저 지는 산 너머로 품어 내시네!